UX 접근성 어떻게 챙길까. 카카오 DAO 김혜일님과의 대화.

Alyse Lee
16 min readJun 25, 2023

UX 리서처

님의 주도로 카카오 DAO 김혜일님과 커피챗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혜일님은 2022 카카오 IF 컨퍼런스에 나와서 접근성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 있다. DAO는 Digital Accessibility Officer의 약자로, 혜일님은 카카오에서 배포하는 서비스를 누구나 접근 가능하도록, 즉 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접근성 관련해서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계시다.

사실 UX 라이터로 일하면서 그동안 접근성에 대해 고민할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접근성 관련해서 라이팅으로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해왔고 (대체 텍스트 등) 관심이 있었다. 그러던 중 평소에도 접근성에 관심이 많은 리서처 성배님이 연락을 취했고, 혜일님이 흔쾌하게 수락해주어 커피챗이 성사되었다.

아래는 커피챗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주로 성배님이 질문하고 혜일님이 답변했다.

왼쪽 위부터 성배님, 혜일님, 나

DAO로서 어떤 일을 하나?

장애 환경에 처한 사람이 실제로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 사용자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으로 인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것을 내부 사람들에게 인지시키는 것이 나의 주된 일이다. 그것만으로 접근성 대응에 동기부여가 된다.

문제를 인지시키면, 그 뒤 주된 이슈와 가장 심각한 문제를 리스트업해서 준다.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면 각자 기존 프로세스에서 어떻게 적용할지를 고민한다. 처음에는 말단에서 수정하지만 무르익으면 기획 단계에서부터 접근성을 고려하게 된다.

사실 접근성을 나중에 대응하려고 하면 리소스가 심각하게 낭비된다. 자체적으로 접근성을 인지하면서 기획 단계부터 프로세스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

카카오에서는 어떻게 프로세스화하고 있나?

카카오톡 같은 경우는 2011년부터 접근성 대응을 했고, 2016년부터 정규 프로세스에서 일반 QA하듯이 릴리즈하는 모든 기능에 대해서 접근성 검사를 하고 있다. 만약 릴리즈했는데 심각한 접근성 문제가 있으면 별도 요청해서 핫픽스하는 경우도 있다.

릴리즈 단위로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개선되었다가도 다음 변경 때 원상복구될 수 있다. 또 프로세스화가 되어있지 않으면 누군가 관심있는 사람이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접근성 품질이 달라진다. 관심있는 사람이 접근성을 챙기더라도 그 사람이 이직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래서 접근성 검사를 프로세스화하는 걸 중요한 측면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체크리스트나 가이드도 만들어야 한다. 기획자는 이렇게, 디자이너와 개발자는 이렇게 접근성을 챙겨달라는 가이드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각자가 알아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디자이너에게 접근성 지침을 보면서 “명도 대비 4.5:1 이상으로 해주세요”라고 하면 “어떻게 해요?”라고 묻는다. 개발에도 대체 텍스트를 말하면 어떻게 하냐고 묻기도 한다. 그래서 실무단에서 직접적으로 알려주어야 실질적으로 개선이 된다.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내가 하는 분야는 연구와 준비도 필요하고, 구현하기 위해 일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서 접근성을 연구하고 난 뒤에 적용하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또 그걸 한다고 해서 연봉이 올라가거나 성과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현재는 기존에 연구된 결과물을 바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접근성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지시키나?

처음에는 말로 시작했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라고 하면서 어려움 겪는 상황을 눈 앞에서 재현해준다. 시각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음성 서비스를 켜서 그 사람이 그 기능을 이용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식이다. 보통 서비스를 만드는 PM에게 재연하는데, 그러면 그걸 보면서 서비스를 고쳐야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이전에는 프론트 개발자 위주로 인지시키려고 했다. 그 사람들은 현상을 보면 바로 수정할 수 있으니까.

간혹 기획 담당자가 접근성에 관심이 있으면 기획부터 스펙에다 접근성에 대한 정의를 하기도 한다. 기획서 안에서 동선이나 기획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이 객체는 어떻게 읽혀야 하는지, 복잡한 제스쳐를 어떻게 단순화해서 쓸 수 있게 하는지를 처음부터 정의하는 것이다.

장애가 있는 사람의 사용성을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애 환경을 알아야 한다. UX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하는지.

우리나라 국가 표준 접근성 가이드라인이 있다. 그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또 카카오는 다행히도 접근성 테스트만 하는 조직이 따로 있다. 2013년 다음에서부터 만들어진 조직이다. 그 안에 시각장애인 테스터 등이 있어서 시각장애인의 의견은 실제로 바로 적용할 수 있다. 그외 지체장애, 청각장애는 당사자를 만나서 직접 pain point를 듣고 지속적으로 리포팅한다.

당사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컨택포인트는 어떻게 발견하나.

오래 전부터 접근성 관련 업무를 하다보니까 관련된 지인이 많다. 그 네트워크를 통해서 연락하거나 기관에 연락을 취한다. 시각 장애는 장애대학생협회나 시각장애협회에 컨택포인트가 있어서 가장 쉽게 컨택할 수 있다. 나머지는 그때 그때 컨택포인트가 다르다.

청각장애 같은 경우, 내가 시각장애가 있다보니 당사자와 소통이 어려워 청각장애인과 오랜 기간 함께해온 관련 기관 종사자나 수어통역사와 컨택하고 있다. 그분들은 청각장애인의 문화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기 때문에 청각장애인의 pain point를 정확하게 알고 계신다. 최근에는 헬렌켈러 재단에 가서 담당자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DAO 조직 규모는 어떻게 되나?

구체적인 규모는 밝힐 수 없지만 구조는 이렇게 되어 있다. 주요 자회사에 접근성 담당자를 한 명씩 지정한다. 방향성과 무엇을 해야하는지 결정하면, 이 사람들이 각 계열사로 전파되도록 한다. 오래 전부터 있었던 접근성팀은 링키지랩이라는 자회사에 별도로 있다.

아는 분이 회사 안에서 접근성을 잘 지킨 사원에게 연 1회 상을 준다고 한다. 카카오에도 그런 게 있는지?

아직 베네핏을 준 건 없었다. 하지만 사내 소통 채널에서 접근성 좋았다고 공유하고 누구누구 기여했다고 멘션하며 칭찬하는 일은 있다.

카카오는 온보딩에 접근성 특강이 포함되어 있다. 실무단에서 다루지는 못하더라도 자기단에서 인사이트를 얻고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2015–6년에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내가 직접 교육하고 있다.

해외에서 리서치를 경험해보니 10명을 리서치하면 1명은 장애인을 포함하는 룰이 있었고, 그와 관련해서 컨택하는 기관들도 따로 있었다.

해외는 접근성만 전문으로 하는 비즈니스가 있다. 그래서 비용이 비싸고, 큰 기업이 아니면 의뢰하기 어렵다. 일례로 WebAIM이라는 web accessibility 서비스에서 장애 당사자 대상으로 매년 서베이를 실행하고, 특정 장애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도구로 IT를 이용하고 있는지를 계속 연구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비즈니스 모델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해외에 비해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말도 안 되게 쉬운 것이다.

제도적으로는 큰 차이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건이 있다. 2015년 미국 교통국에서 미국에서 취항하는 항공사의 모든 홈페이지와 키오스크에 접근성을 준수하라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당시 국내 기업은 접근성을 적용하지 않는 회사가 대부분이었다. 미국의 CVAA(21세기 통신 및 비디오 접근성 법)에는 스마트폰 접근성 의무화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애플은 장애인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쉬운 반면 국내 스마트폰을 장애인이 쓰기 어려웠는데, OS에 접근성이 기본으로 따라오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섹션 508이라고,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치면 조달청같은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정의해둔 것이 있다. 미국에서는 정부에 물건을 납품하려면 섹션 508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 몇몇 곳이 미국에 수출하러 갔다가 섹션 508에 걸려서 수출을 못한 경우가 있었다. 이때에도 국내 기업들이 매우 당황하면서 뒤늦게 접근성 컨설팅을 요청해왔다.

이런 사례가 접근성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를 보여준다. 해외는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고, 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배포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페이스북은, 정확히 디자이너에게 들었는데, 접근성 조직에서 컨펌을 안 받으면 해당 피처가 릴리즈를 못한다고 한다. 그렇게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수 년이 밀리고 있다.

소송같은 경우 미국은 접근성 관련된 소송이 매우 잦다. 예전 타겟이라는 홈페이지도 문제가 있었던 대표적 사례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까지 진행된 건이 총 2건 밖에 없다. 그것도 아주 명확하게 이겼다고 하기 어려운 상태다. 반면 해외에는 도미노 케이스만 봐도 정확하게 이겼다.

팀이 30명 정도로 크지 않다보니까, 접근성은 항상 우선순위가 뒤로 밀린다. 어쩌다 뇌성마비 환자를 리서치하게 됐는데, 리처처로서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실적으로는 카카오 같이 큰 서비스가 아닌 작은 규모의 서비스가 많은데, 작은 팀과 서비스가 접근성 관련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유저 프로필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서비스 방향이 정해진다. 유저 프로필을 2–40대 성인 남녀 도시 근로자로 정의하다보니 방금 이야기한 뇌성마비 환자를 전혀 상상도 못하게 되는 거다. 그거를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나도 매우 작은 팀에서 시작했다. 다음 계열에서 시작했을 때는 큰 버프를 받고 시작했다. 접근성 점수가 일정 점수가 안 되면 서비스 릴리즈가 안 되는 전사 공통 프로세스가 있었다. 그런데 서비스 릴리즈 주기가 빨리지면서 이런 프로세스가 사라졌다. 접근성 점검에 대한 중요도가 낮아졌다. 어제까지 바빴는데 오늘부터 갑자기 한가해지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니까 꾸준히 접근성 리포트를 만들고, 캠페인 포스터를 만들고, 상담 코너를 만들고 해서 지금까지 왔다. 사람들이 ‘접근성 왜 해?’라고 하지 않고 ‘접근성 해야하는 건 알겠는데 언제, 어떻게 하지?’라고 할 때까지 버텼다.

작은 조직에서는 리더를 잡아서 전체 프로세스를 바꾸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리더를 설득하기 위해 법적인 관점을 취했다. 법 제도 안에서 접근성은 무조건 지켜야 하는 것이고, 이것을 안 하게 되면 법적인 리스크가 있다는 것을 언급했다. 소송, 사회적 도태하는 기업 이미지, 국내 사례 등등도 보여주었다. 리더급에서 의사결정이 되면 그 뒤는 진행하기가 비교적 쉽다.

그리고 회사 안에서는 관심 있는 사람을 모았다. 사실 회사 안을 뒤져보면 막연하게 ‘접근성을 해야하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 사람을 모아서 TF를 만들어 캠페인도 하고, 각자가 있는 조직에 돌아가서 설득하는 것을 반복했다. TF는 공식으로 만들어서 겸임을 하게 했다. 겸임으로 안 되어있으면 말하기도 불편하고 힘도 안 받기 때문이다. 공식 조직이 아니면 사람들을 설득하기 어렵다. TF를 만들 때까지는 유저를 찾아다니면서 유저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근거로 리더를 설득했다. 그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TF도 만들 수 있었고, 정규 조직을 세팅하고, DAO까지 올 수 있었다.

주변에 찾아보면 누군가 있을 것이다. 회사 안에서 알음알음 찾는 케이스도 있고, 소통하는 채널에서 전체 멘션을 해서 “접근성에 관심있는 사람들 함께 공부해보자” 하면 분명 누군가 관심을 보일 것이다. 나는 각 서비스의 키맨을 찾아다녔는데, 그 사람만 잡고 설득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관심있는 사람을 많이 연결했고 연결된 사람들을 통해 정보를 많이 얻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관심있는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조용히 만나서 얘기해보면서 장애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들을 알게된 것이다. 본인이나 가족의 경험, 또는 학창 시절에 친구와 대학을 다녔는데 친구가 장애가 있었거나, 대학에서 장애 동아리를 했거나 등등. 장애가 우리에게서 멀리있는 것이 아닌 가까이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외부에 영상 같은게 많이 나와있다. 예전이었다면 접근성팀에서 주어진 일만 열심히 했을 것이다. 그런데 외부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채널로 알리다보면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의 소식을 보고 사람들이 하나라도 인사이트를 얻고, 자신이 있는 곳에서 활동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외부 활동을 하는 것이다. 나라도 노출해야 누구라도 관심가질 테니까. 신기하게도 사내에서 소통하기 어려웠는데 외부 소통을 늘리니까 역으로 사내 소통이 잘 풀린 경우가 있었다.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가 “너네 회사에서 이런것도 한다며?”라고 밖에서 듣고 돌아와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일종의 바이럴 효과다.

한편 사회공헌, ESG 관련된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회사의 문화를 바꾸고 좋은 기업으로 만들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 아이템을 계속 찾는다. 그 아이템으로 접근성을 제안해보면 그들과 힘을 합쳐서 진행해볼 수 있을 것이다. 협력을 통한 시너지는 접근성을 하는데 큰 힘이 된다.

2009년부터 접근성을 하셨는데, 어떻게 이 일을 10년 넘게 할 수 있었나? 원동력이 뭔가?

인간극장 느낌이 좀 나는데 (웃음) 지금은 시력이 좀 있긴 한데 중간에 흰 지팡이를 들고 다닐 정도로 시력이 나빠진 시기가 2번 정도 있다. 월드컵 할 때 즈음에 시력이 많이 나빠져서 기존에 쓰던 인터넷 뱅킹과 서비스를 하나도 이용할 수 없었다. 되게 답답했고, 전혀 안 보이는 상황에서는 음성 프로그램을 써도 접근성을 지키지 않은 곳에서는 의미가 없구나를 깨달았다. 그래서 수술해서 시력이 좋아진 뒤부터 주위 사람들을 도와주며 관련 활동을 조금씩 시작했다. 그러다 접근성 일을 직업으로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다시 시력이 나빠졌는데, 그 사이에 세상이 좋아져서 내가 전에 시력이 나빠졌을 때는 쓰기 어려웠던 서비스를 대부분 쓸 수 있었다. 내가 활동을 열심히 한 영향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게 나의 원동력이다. 내가 바꾼 건 1개지만 그 1개에 접근하는 수많은 장애인 모두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 그걸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게 내 목표 중 하나다.

티는 많이 안나지만 중간중간 중요한 개선이 있었다. 그렇게 바뀌었을 때 주위 장애인에게서 너무 좋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는다. 그게 굉장히 큰 원동력이 되었다. 주위에 보면 방치되는 케이스가 많은데, 그걸 하나라도 고쳐보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한 명이라도 편리하게 썼으면 좋겠다, 내가 예전에 겪은 좋지 않은 경험을 다른 사람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하다. 접근성이 잘 되어 있으면 지체장애가 있든 시각장애가 있든 모두 서비스를 잘 사용할 수 있다. 환경과 관계 없이 여건만 잘 마련되어 있으면 IT 서비스 사용이 어려울 이유가 없다. 그런데 접근성을 잘 안 지켰으면 이 사용자에게 도달이 어려워진다.

장애인은 보통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 관심사가 맞는 사람들이 활동하다보면 여러 사람이 쉽게 친하게 지낼 수 있다. 그게 IT 서비스의 놀라운 점이다. 온라인 친하게 지낼 때는 몰랐는데 만나보니 장애인이더라는 케이스가 생각보다 흔하다. 나도 회사에서 일하며 직접 만나기보다는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경우가 더 많고, 그런 경우 상대는 나의 장애를 알 수 없다.

이렇게 접근성만 잘 되어있으면 장애인도 서비스를 문제없이 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적으로 말하자면, 접근성을 안 지키면 온라인에서 장애인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접근성을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되게 무서운 이야기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다.

쿠팡의 접근성을 어떻게 평가하나?

접근성에서 좋은 측면이 있다. 쉽게 결제할 수 있는 동선이라던가, 비밀번호 입력하지 않아도 바로 결제할 수 있는 거라던가. 쿠팡이 비장애인 쪽에도 삶을 많이 바꿨지만, 장애 당사자들 삶도 많이 바꿨다. 예를 들어 로켓프레시에서 판매하는 것들은 내가 직접 나가야 구매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장애인은 지체장애인이든 시각장애인이든 나가서 제품을 사야 한다는 것이 어렵다. 그것을 스마트폰으로 주문해서 집앞에서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나게 큰 변화다. 그로 인해 장애인의 삶이 많이 변했다. 누군가 도움을 받아야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나 혼자 할 수 있다. 할 수 없던 것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중간중간 접근성 이슈가 있어서 안타깝다. 예를 들어 간편 결제를 세팅하기까지는 장애인이 혼자 하기가 쉽지 않다. 또 중간에 ‘밀어서 결제하기’라는 버튼이 있는데, 이건 손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수행하기 어려운 제스쳐다. 특정한 좁은 영역을 정하고 제한된 제스쳐를 수행하는 것을 접근성 지침에서는 하지 말라고 되어 있다. 하더라도 대체수단이 있어야 한다.

지난달까지 접근성팀 팀장을 겸임하고 있었는데, 이번 달부터 접근성 팀을 그만두고 DAO를 전임하게 되었다. 덕분에 전사적으로는 더 잘 챙길 수 있게 되었지만, 접근성팀에서 외부 서비스 대응도 했던 것을 못하게 된 것이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배민, 11번가 등을 접근성팀에서 대응했었다. 쿠팡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거기까지 발을 못 뻗치고 나왔다(웃음).

배달의 민족에서 어떤 것을 바꿨나?

카카오톡처럼 배달에서는 배달의 민족이 사람들의 일상을 바꿀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이 있다. 그런데 접근성 문제가 있는 채로 방치하면 장애인들을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경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경험에서 소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꼭 진행하고 싶었다.

현재는 과거에 비해 부분적으로 많이 좋아졌다. 먼저 디자인 색상이 많이 바뀌었다. 또 이전에는 눈으로 봤을 때 컨텐츠가 배치된 순서와 음성으로 배치된 순서가 달랐는데, 그 순서가 안 맞던 걸 일치시켰다. 또 화면이 바뀌어도 이전에 있던 화면 컨텐츠가 계속 들린다거나, 결제수단 선택 여부가 제대로 안 들린다거나, 결제 화면에서 일회용품 선택 여부가 구분되지 않았던 문제 등을 개선했다. 하지만 이렇게 개선해도 수시로 개편되기 때문에 이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접근성 관련 작업을 프로세스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에서 처음 웹접근성이 의무화됐던 시기에 완전히 난리가 났던 적 있다. 그 후로 거의 10년 동안은 조용했다. 최근 ESG에 관련된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포용성과 다양성이 중요하게 이야기되면서 장애인이나 소수자에 대한 맥락이 다시 중요하게 거론되고 있다. 나 같은 경우에도 ESG를 관할하는 조직과 함께 일하고 있다.

전사를 총괄하는 조직으로 시작한지 1년 정도 되었다.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앞으로 해야할 일이 더 많다. 모두가 접근성을 함께 고민하는 문화가 회사 전체에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Special thanks to

  • 혜일님(haeppa@gmail.com)
  • 성배님(jyee50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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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yse Lee

Content Strategist at Coupang. 콘텐츠마케팅, 브랜딩, UX라이팅에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