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상세페이지 제작하는 법

매력적인 상세페이지 컨셉 도출하기

Alyse Lee
9 min readFeb 27, 2022

제품의 상세페이지를 작성은 글쓰기보다는 카피라이팅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상세페이지란 본질적으로 길게 풀어 쓴 제품 광고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품 상세페이지를 기획함에 있어, 컨셉을 도출하는 데에만 8할 이상의 시간을 소요했다. 혹시 다른 마케터(에디터)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그 과정을 공유한다.

이 글에서는 식품 브랜드 ‘에디션덴마크’의 하위 브랜드인 ‘대니시비키퍼스’를 예시로 볼 것이다. 대니시비키퍼스는 덴마크에서 채취된 스페셜티 허니를 가공/포장/판매하는 브랜드이다.

1단계. 자료수집

G마켓 키워드 검색

가장 먼저 G마켓 키워드 검색을 이용해 사람들이 이 카테고리의 제품을 얼마나 찾는지, 즉 우리 브랜드의 제품에 대한 시장의 니즈가 어느 정도인지를 조사했다. 예상 소비자의 페르소나(구체적인 이미지)가 미리 정해져 있으면 좋다. 에디션덴마크의 경우 페르소나가 ‘음식을 하나의 문화로 즐기는 2–30대 여성’이었기에 검색할 때 성별을 여성으로 한정했다.

대니시비키퍼스의 제품을 한 단어로 말하자면 ‘꿀’, 두 단어로 말하자면 ‘덴마크 꿀’이다. G마켓 키워드 검색에서 대분류, 중분류를 선택할 수 있는데 가공시럽 > 잼/시럽 분류를 봤다. 잼/시럽 카테고리에서 키워드 ‘꿀’은 62위에 처음으로 등장하고 주간 추정 조회수도 4회밖에 안 되었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꿀을 검색하거나 찾아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상세페이지 기획하는 방법 대니시비키퍼스 예시

그런데 흥미롭게도 키워드 ‘스프레드’가 주간 추정 조회수 81회로 15위를 차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대니시비키퍼스가 밀고 있는 제품 설명이 ‘스프레드 제형의 꿀’이기 때문에 ‘꿀’보다 오히려 ‘스프레드’라는 키워드로 밀어봐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던 대목이다.

상세페이지 기획하는 방법 대니시비키퍼스 예시

네이버 키워드 검색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검색 포털인 네이버의 네이버 키워드 검색. 이 기능을 이용하려면 네이버 광고 계정을 만들어야 한다.

특정 키워드에 대한 연관검색어 리스트를 엑셀 파일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데, 이를 월간검색수를 기준으로 정렬해 검색 수가 많은 순으로 보다 보면 데이터를 통해 트렌드나 소비자 행동 특성과 같은 통찰을 발견할 수 있다. 통찰을 발견한 것에서 만족할수도 있지만, 마케팅으로 직접 연결할 액션 포인트까지 생각하면 더욱 좋다.

예를 들어 ‘꿀’의 연관검색어로 ‘결혼식 답례품’이 있는 것을 보고, 꿀이 주로 선물할 때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액션 포인트: 선물 포장을 옵션에 넣기

또 ‘스프레드’의 연관검색어로 ‘카나페’가 있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카나페를 만들 때 어떤 스프레드를 쓸지 고민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액션 포인트: 대니시비키퍼스 꿀을 이용한 카나페 레시피 콘텐츠 만들기

상세페이지 기획하기 대니시비키퍼스 예시
카나페는 식빵이나 크래커 위에 고기·치즈·달걀 따위를 얹어 작고 예쁘게 만든 요리를 의미한다.

경쟁사 리서치

사람들이 꿀을 사는 경로는 백화점, 온라인 마켓 등 다양하겠지만 그중 온라인 쇼핑몰, 그중에서도 대니시비키퍼스 브랜드가 입점한 편집샵 29CM을 중점적으로 봤다. 29CM에 우리의 타겟층이 많이 모여있고, 실제 플랫폼 안에서도 다른 브랜드와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채널을 모두 보기가 어렵다면 이렇게 일단 하나의 주요 온라인 유통 채널을 정해서 리서치하는 것을 추천한다.

29CM > HOME > FOOD > 잼,꿀 카테고리에서 상위 10개 제품 중 꿀 제품을 추려보았고 각각의 상세페이지는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별로인지 분석했다.

상세페이지 기획하기 대니시비키퍼스 예시
온라인 편집숍 29CM

이 외에도 컨셉을 도출하는 데에는 중요한 아래의 네 가지 요소 중 외부 요인인 ‘목표 소비자의 속마음’ ‘포지셔닝 기회’ ‘사회, 경제, 문화, 정치적 환경’을 최대한 많이 리서치하고, 철저히 분석해보면 좋다. 이중 ‘제품의 내재적 드라마’는 두 번째 단계인 컨셉 도출 과정에서 생각해볼 것이다.

  • 제품의 내재적 드라마
  • 목표 소비자의 속마음
  • 포지셔닝 기회 (빈틈 전략, 세분화 전략)
  • 사회, 경제, 문화, 정치적 환경

2단계. 컨셉도출

컨셉을 도출하는 데에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됐던 두 가지 기법이 있다. 소비자에게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광고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하나고 핵심 특성과 소비자 편익에서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카피 플랫폼이 다른 하나다.

광고 목표 설정

아무리 좋은 기획이어도 목표에 부합하지 않으면 의미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 보통 커머스 콘텐츠의 목표가 단순히 ‘구매’라고 생각하겠지만, 광고 목표의 종류는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

  • 제품 카테고리 필요성 인지
  • 브랜드 인지
  • 브랜드명 인지
  • 브랜드 이미지 형성
  • 브랜드 태도 전환
  • 브랜드 충성도 형성
  • 브랜드 전환
  • 브랜드 지명
  • 직접적 구매 행동
  • 사용량 확대
  • 시장 확대
  • 사용 습관 전환

대니시비키퍼스는 신생 브랜드이고 꿀이라는 카테고리도 우리가 타깃 하는 2–30대에게는 생소하기 때문에 목표를 단순히 구매로 한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테이지를 다섯 가지로 나누고, 각각의 단계에서의 목표를 다르게 설정했다.

Stage 1

  • 문제 상황: 사람들이 꿀과 차를 이용하지 않음
  • 목표: 제품 카테고리 필요성 인지, 사용 습관 전환

Stage 2

  • 문제 상황: 사람들이 에디션덴마크를 모름
  • 목표: 브랜드 인지, 브랜드 이미지 형성

Stage 3

  • 문제 상황: 사람들이 에디션덴마크 제품을 구입하지 않음
  • 목표: 직접적 구매 행동

Stage 4

  • 문제 상황: 사람들이 에디션덴마크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입하지 않음
  • 목표: 브랜드 충성도 형성

Stage 5

  • 문제 상황: 한정된 성향의 사람들만 제품 이용, 제품을 이용하는 양상이 고정적
  • 목표: 시장 확대, 사용량 확대

현재는 스테이지 1, 2에 해당하는 시기라고 판단했기에 광고 목표를 ‘제품 카테고리 필요성 인지, 사용 습관 전환, 브랜드 인지, 브랜드 이미지 형성’으로 정했다.

상세페이지 컨셉 도출하기 대니시비키퍼스 예시
대니시비키퍼스의 봄꿀

카피 플랫폼

카피 플랫폼은 제품의 내재적 드라마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모든 제품은 여러 가지 특성을 갖고 있고 그중 소비자에게 이익을 가져다줄만한 점이 있는데, 이 두 가지가 만났을 때 감동적인 드라마가 생길 수 있다.

빨간색 수제화가 있다고 하자. 이 신발이 빨간색이라는 사실이 제품의 특성인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자가 생각하기에 이 점이 특별히 매력적이지 않다면 드라마가 생기지 않는다. 또는 매력적이더라도 경쟁사가 너무 많으면 의미가 없다. 한편 만약 견고하고 가벼운 수제화라는 특성이 소비자가 이익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다른 브랜드에서 찾을 수 없는 차별점이라면, 이 특성을 카피로 잘 풀어냈을 때 감동적인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카피에서는 모든 특성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Very Unique) 특성 1–2개만을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핵심 특성을 선별할 때 쓰이는 방법이 카피 플랫폼이다.

먼저 대니시비키퍼스 제품의 핵심 특성을 생각나는 대로 모두 작성해봤더니 아래와 같았다.

  • 스페셜티 허니
  • 크림(스프레드) 질감
  • 생꿀(Raw Honey)
  • 덴마크에서 온 제품
  • 고급스러운 디자인
  • 5대를 이어 온 양봉 장인이 만든 꿀
  • 환경친화적

그다음에 제품의 핵심 특성과 제품의 이점(편익)을 연결해봤다. 이때 편익은 물리적, 심리적, 관계적 편익으로 나뉜다.

  • 스페셜티 허니
    → 한정수량이다(심리적 편익)
    → 고유한 맛과 향이 있어 특별한 요리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물리적 편익)
  • 크림(스프레드) 질감
    → 스프레드형으로 빵이나 크래커와 함께 먹기 편하다(물리적 편익)
  • 생꿀(Raw Honey)
    → 각종 영양소와 항산화 물질, 효소로 인해 건강에 좋다(물리적 편익)
  • 덴마크에서 온 제품
    → 유니크하다, 고급스럽다(심리적 편익)
  • 고급스러운 디자인
    → 특별한 느낌을 준다(심리적 편익)
    → 선물용으로 좋다(관계적 편익)
  • 5대를 이어 온 양봉 장인이 만든 꿀
    → 믿음이 간다(심리적 편익)
  • 환경친화적
    → 도덕적 소비를 위한 욕구를 충족시킨다(심리적/관계적 편익)

이렇게 제품의 특성과 소비자 편익을 연결하면 각 특성의 중요도를 매기는 것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내가 처음 생각했을 때 대니시비키퍼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특정한 지역에서 특정한 계절에 채밀한 ‘스페셜티 허니’라는 점이었는데 막상 그로 인한 소비자 편익이 많지 않았다. 한정수량이고, 특별한 요리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렇게 와 닿는 편익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것보다 핵심 특징이 아닌 ‘크림 질감’이나 ‘생꿀’은 각각 편리하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편익이 명확하고 와 닿았다.

한편 생꿀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무척 확실한 편익이지만, 경쟁사 리서치한 결과 이미 건강에 좋은 생꿀을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가 많았다. 그에 비해 스프레드 제형의 꿀을 판매하는 경쟁사는 없었다. 그래서 가장 경쟁력 있는(Very Unique) 핵심 특성으로 ‘크림(스프레드) 질감’을 선정했다.

상세페이지 컨셉 도출하기 대니시비키퍼스 예시
대니시비키퍼스의 크림 질감

핵심 특성을 정했다면 컨셉이 반쯤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제품의 핵심 특성을 강조할 수 있는, 제품의 핵심 특성에 기반한 카피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ex. 전에 없던 스프레드 꿀). 또 이 핵심 특성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방법도 생각해본다(ex. 제품 영상 및 사진으로 질감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제품 상세페이지 기획 과정에서 컨셉을 도출해낸 과정을 살펴봤다. (더 많은 고민이 있긴 했지만, 컨피덴셜의 문제도 있어서 일부러 너무 구체적인 내용은 쓰지 않으려 했다.) 나도 아직 미숙하기 때문에, 혹시 모자란 점이 있다면 댓글로 지적해주길!

위의 과정 외에도 개인적인 팁이 있다면, 온갖 잡다한 지식은 많이 찾아볼수록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제품 카테고리에 관한 지식은 한글보다 영어로 검색했을 때 더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아예 관련 서적을 보는 것도 좋다. 나 같은 경우 <매거진 F — ‘꿀’>이라는 책을 봤는데, 그곳에 나온 벌과 벌꿀에 관한 잡학들이 아이디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완성된 대니시비키퍼스 상세페이지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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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yse Lee

Content Strategist at Coupang. 콘텐츠마케팅, 브랜딩, UX라이팅에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