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라이터, 실제로 해보니

UX 라이팅 실제로 하면서 느낀 것 3가지

Alyse Lee
4 min readJul 10, 2020

2020년 3월부터 쿠팡 Product UX 팀에서 콘텐츠 전략가로 일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전부터 관심 있었던 UX 라이팅을 실무에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모바일 서비스 화면 속 문구를 작성하는 UX 라이팅은 작년 초 처음으로 알게되어 계속 관심을 가졌던 분야다. 테크 업계에서 글쓰기를 전문적인 직무로 가져가기가 쉽지 않은데 그중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한 거의 유일한 영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프로덕트(제품)과의 긴밀한 연계로 일할 수 있다는 게 관심을 끌었다. (에디토리얼 콘텐츠의 경우, 대부분 제품과 별개로 존재한다. 외부 플랫폼 등. 그렇다보니 해당 콘텐츠를 제작하는 직무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다만 처음 UX 라이터라는 직무를 알게되었을 당시에는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하고 점점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직무라는 국외 아티클의 설명이 무색하게, 국내에서는 사례를 찾기 거의 불가능했다.

운이 좋게도 이후 콘텐츠 전략가로 취업하여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협업하며 UX 라이팅을 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실제로 하면서, 이때의 글쓰기는 확실히 이전의 글쓰기와 다른 레셔널로 임해야한다고 느꼈다. 워낙 국내에 사례가 없던 터라 다른 분에게 도움이 될까하고 내가 경험하면서 느낀 UX 라이팅에 있어서 중요한 것 세 가지를 쓴다.

서비스에 대한 이해

처음 팀 매니저와의 1:1 면담에서 UX 라이팅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더니, 이후 팀에서 가장 경력이 오래된 시니어 전략가의 UX 라이팅 미팅에 매번 참석해 쉐도잉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 분이 하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많이 배웠는데 특히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제품에 들어가는 1–2줄의 짧은 문구를 작성하는 UX 라이팅은 사용자 경험의 개선이 목표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UX Flow를 이해하고 있는 게 필수적이다. 이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되는지, happy path, unhappy path 등. 그런 점에서 서비스 기획자의 자질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디자인과 개발에 대해서도 전문가처럼은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문장만 워싱하는 수준이 아닌, 콘텐츠 관점에서 전반적인 화면 설계 부분에서의 개선안을 제안하는 시니어를 보며 직무의 범위를 내가 굉장히 좁게 봤구나 반성하였다.

문제 해결 능력

이 일을 하며 정말 놀랐던 게 글쓰기에 있어 모든 문장, 단어, 조사 하나하나에까지 논리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UX 라이팅은 글쓰기라기보다 문제 해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풀어야하는 문제 및 요구사항(Requirement)이 명확하고, 그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좋은 문장은 아니더라도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문장이 채택된다. 뿐만 아니라 때때로 작성한 카피를 가지고 A/B Test를 하는데, 이때에도 여러 문장들 사이에 차이가 논리적으로 명확해야 테스트 결과도 의미있을 수 있다. 그래서 글을 쓸 때 논리적인 사고가 필수적이다.

설득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UX 라이팅은 혼자서 하는 글쓰기가 아니다. 다양한 직무 및 부서와 협업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화면을 디자인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고, PO, BA, 관련 부서의 사람들과 계속 소통하며 문장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앞서 말했듯 모든 문장, 단어, 조사 하나하나에 논리가 필요한 것이고(설득을 위해), 정교한 논리 외에도 세련되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아직 UX 라이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주니어지만 실무에서 UX 라이팅을 하며 느낀 것을 적었다. 글쓰기 실력보다도 위에서 말한 세 가지 능력을 갖추는 게 필요하고 중요한데 어디서도 말해주지 않았고 나도 일을 시작하며 알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UX 라이터에 관심있는 사람을 위해, 한창 UX 라이터에 관심있을 때 들었던 팟캐스트 — 네이버 Line에서 UX 라이터로 일하고 있는 분이출연한 유엑수다 — 와 책 <마이크로카피>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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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yse Lee

Content Strategist at Coupang. 콘텐츠마케팅, 브랜딩, UX라이팅에 관심.